대학원까지 사진 전공했지만 요리가 좋다보니 자격증이 5개
쇼콜라티에 심사위원에서 학교·문화센터 베이커리 강사 활동

[워라벨타임스]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면서 또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용해 돈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취돈이(취미와 재능으로 돈 버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습득한 기술을 토대로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기반의 지식정보화사회가 일상이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모습으로,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원데이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는 하루 3시간의 정도의 일정으로 2~5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개설되는 수업. 워라벨타임스가 취돈이들을 찾아 그 얘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머랭 후 상태를 수강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서지연 본따블르 대표. ⓒ워라벨타임스

지난 31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의 한 베이커리 공방에서 만난 서지연 대표. 서 대표는 요즘 세대들이 쓰는 말로 '엔잡러'이다. 엔잡러는 여러 수를 의미하는 'N'과 직업(일)을 의미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엔잡러인 서 대표의 본캐는 사진작가, 부캐는 베이커리 공방 운영자이다. 본캐와 부캐는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로, 본래 캐릭터(본캐)와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부캐)를 줄인 말. 평소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활동할 때를 뜻하는 말이나, 본래 직업 외에 하는 또 다른 직업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학원까지 사진을 전공했어요. 사진 중에서도 파인아트(Fine art, 순수예술)를 했고, 풍경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했죠. 물론, 전시회도 열었었죠. 지금은 비평 쪽으로 일을 하고, 가끔 강의도 나가요."

대학원까지 섭렵(?)한 서 대표가 왜 본캐보다 부캐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싱거웠다. 요리(베이커리)가 재미있고,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손으로 만지는 것 특히, 요리를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는데, 하다보면 막히잖아요. 그럼 배우러 가고, 배우면 그 과정을 수료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격증이 4개나 됐네요."

서 대표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 분야는 쇼콜라티에, 초코소믈리에, 베이커, 파티시에 등.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만들거나 초콜릿을 이용해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파티시에는 쿠키나 케이크 등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배경을 가지고 서 대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공방 '본따블르'는 쇼콜라티에 자격증 과정 운영기관으로 지정됐고, 서 대표는 쇼콜라티에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초·중·고교를 비롯해서 문화센터나 복지관 등에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좋아서 취미로 했던 요리였는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죠. 그 때가 2007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픈 일이 있었고, 이 때문에 베이커리에 더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남편 입맛이 까다로워요, 그런데 저는 요리를 좋아하고. 그래서 남편의 입맛에 맞는 것을 만들다보니 요리 수준도 자연스럽게 레벨(수준) 업(향상)이 된 거죠. 그리고 어머님이 한식당을 직접 하셨고, 저도 엄마를 닮아서 요리는 좀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럼 베이커리 공방은 언제 시작했습니까?

"공방을 시작한 지는 이제 7년이 돼 가요. 처음에는 별내신도시(경기도 남양주)에 공방을 열었거든요. 이 곳 중화동으로 온 지 2년하고도 4개월 됐네요. 그리고 원데이 클래스도 이곳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진행했어요.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어려워졌지만, 소수 인원으로 하는 원데이 수업은 가능하니까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하루 몇 회 운영되고, 커리큘럼은 주로 어떤 것들로 구성되나요?

"원데이로 운영하는 것은 마카롱을 비롯해 까늘레, 마들렌, 휘낭시에, 다쿠아즈 등 요즘 트렌디한(?) 쿠키류에서 당근케이크 등 다양해요. 운영 횟수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하루에 2번 정도 진행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쿠키류는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케이크 등 빵 종류는 3시간 넘게 걸려요. 또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겠죠."

"주말·휴일에 클래스 하고 싶다는 연락 오면 거절할 수 없어…일주일이 쉼 없이 돌아가"

평균적으로 하루에 두 번 정도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지만 쉴 시간이 없단다.

"원데이 클래스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는 사진과 공방 비중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곳으로 오면서 코로나19가 터졌고, 그러면서 무게중심이 원데이 쪽으로 옮겨간 것이죠. 그런데 원데이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정규과정도 있고, 창업 클래스도 있어요. 또 외부 강의도 나가야 하고. 주말이나 휴일도 클래스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면 거절할 수가 없어요. 하다보면 일주일이 쉼 없이 돌아가는 거죠. "

서 대표에게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여성이 많죠. 한 80% 정도 여성이고요. 기본적으로 20대 여성이 많기는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도 많이 와요. 오시는 길에 보셨겠지만 초·중·고 모두 바로 근처에 있잖아요.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오세요, 또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 오기도 하고요."

-선생님과 학생들이 왜 함께 오시나요?

"일종의 교육이죠. ‘이런 직업도 있다’ 하면서 진로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미리 경험을 해보게 하는 거죠. 또 좋아하는 아이들은 베이커리를 하면서 힐링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커플들은 안 오나요?

"가끔 오셔요. 그런데 그 분들은 오시는 목적이 선물 때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시부모님이나 장인장모님에 드릴 것을 직접 만들어서 드리는 거죠. 이름 있는 제과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지만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서 드린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수강생들의 머랭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서지연 대표. ⓒ워라벨타임스

-취재를 하다보면 원데이 클래스가 요즘 세대하고 잘 맞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서 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세대를 MZ세대라고 하잖아요. 확실히 저희 때와도 다른 것 같아요. 저희 세대만 하더라도 전문적인 것을 더 배우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가 터지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사실 원데이 클래스는 전문적인 과정을 배우기보다는 경험해보는 일종의 체험이자 소비로 볼 수 있거든요. 취미생활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나갈 수도 없고, 그래서 소수의 인원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원데이 클래스가 대안이 된 것 같아요. A를 배웠으니 이번에는 B를 배워야지 하는 옛날식 개념은 이제 아닌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세대와 원데이 클래스 방식이 서로 어울린다고 볼 수 있죠."

"트렌드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다양한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소비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과거와 달리 요즘 세대들은 현재를 중시하고, 체험형 소비에 몰두한다는 의미인가요?

"학교에 가서 강의도 하잖아요. 보면은 시스템은 돼 있지만 아이들은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뭐하고 할 수 없는 게,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잖아요. 트렌드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시장(미래)을 읽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걸 배웠다고 해서 꼭 써 먹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거죠. 그러다보니 체험이나 경험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것들이 체험형 소비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원데이 클래스에 만난 수강생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데요. 제가 이곳에 공방을 열고나서 오신 20대 여성분이 있는데요.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오세요."

-그 분은 왜 자주 오시는 것인가요?

"새로운 메뉴(상품)를 내놓으면 오시거든요. 직접 만들어 보기 위해서죠. 그리고 먹어보고 맛있으면, 다음에 또 와서 많은 양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세 명의 여성이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서 대표와 인사하는 그들은 인근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나서 이날 클래스 수업인 다쿠아즈 만들기에 들어갔고, 머랭(달걀 흰자위와 설탕을 섞는 것, 또는 머랭으로 구운 과자) 광경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정체돼 있는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을 할 때 즐겁다는 서 대표는 엔잡러답게 출사(出寫)도 다시 생각하고 있단다.

"저는 새로운 것을 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사진도 파인아트로 전공했던 이유가 새로운 것을 찍기 때문이었거든요. 정체된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해요. 베이커리도 똑 같아요. 뭔가 새롭게 디자인하고,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보고. 또 그게 맛있으면 소개하고.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저희 공방을 많이 찾아오시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또 마스크 벗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때쯤에는 한동안 쉬었던 출사도 해보려고 해요."

다쿠아즈 반죽을 짤주머니에 담아 틀에 짜는 방법을 시연하고 있는 서지연 대표. ⓒ워라벨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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