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8000원, 돼지국밥 9000원 하는 식당 밥값 부담 커
편의점 도시락에 된장국이나 컵라면 더해도 6000원이면 해결
TV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 인기도 가세…도시락 매출 더 늘어

[워라벨타임스] 7일 오전 11시 50분 경, 광화문에 버금할 정도로 사무실이 집중돼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편의점.

한 무리의 젊은 직장인들이 진열장 앞으로 가더니 하나 둘 도시락을 집고 나서는 옆 진열대로 옮겨 된장국과 컵라면을 골랐다. 이어 들어온 여성 직장인 한 사람은 삼각김밥 2조각과 컵라면을, 또 한 사람은 불고기 도시락을 골랐다. 식당에 가지 않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요즘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7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편의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직장여성들. 왼쪽으로는 구입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손님도 보인다. ⓒ워라벨타임스

이들은 도시락과 된장국이나 컵라면 등을 구입한 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데,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해서 통용되는 단어가 '편스토랑'. 편의점과 레스토랑을 합친 의미다.

편스토랑은 한 지상파TV에서 '편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직장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편스토랑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나와 요리 솜씨를 자랑하고, 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우승한 메뉴는 방송 이후 실제로 전국의 편의점에서 출시되는 방식이다.

현실적인 이유에다 미디어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편스토랑은 이제 직장인들의 또 다른 식당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이 편의점에서 4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최미희(29·가명)씨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편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조금씩 늘더니 최근에는 이용자 수가 더 많이 증가했다"며 "그 분들 중에는 점심값이 부담이 돼서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편의점 근처 식당의 김치찌개 등 찌개값은 8000원이다. 돼지국밥도 9000원이나 된다. 얼마전까지 7000원 했었는데, 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1000원을 올렸다는게 사장님의 설명이다. 1만원짜리 한 장은 있어야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7일 낮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 등을 구입한 직장인들이 전자레인지 사용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워라벨타임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지역 자장면 1인분 가격은 6223원으로 1년 전(5385원)보다 1000원 가까이 올랐다. 김밥은 한 줄에 2908원, 대표음식인 김치찌개는 7308원, 칼국수는 8269원이다. 냉면(1만269원)은 1만원을 넘긴지 이미 오래됐고, 비빔밥(9538원)도 1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비해 편스토랑 도시락은 보통 4000원대이고 5000원대는 내용도 알차다. 메뉴도 김치찌개는 물론 제육덮밥, 소고기뭇국 등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씨는 "편의점 도시락 구성이나 내용물이 의외로 알차서 요즘말로 가성비가 괜찮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집에서 싸온 반찬에다 편의점 햇반과 된장국으로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분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편스토랑으로 향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편의점 4사에 따르면 지난 5월 1~24일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GS25가 48% 늘어난 것을 비롯해 CU 41%, 이마트 25%, 세븐일레븐은 20%가 증가했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할 때가 많다는 김모(32)씨는 "점심값으로 돈 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리도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도 가격을 고려하면 결코 질이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30여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찾은 편의점. 도시락 진열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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