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학교 선생님과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로 직장 생활
은퇴 앞두고 취미로 한 도자기 일이 지금의 공방으로 이어져
도자기 매개로 다양한 사람 만나고 웃고 얘기하는 게 즐거워

[워라벨타임스]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면서 또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용해 돈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취돈이(취미와 재능으로 돈 버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습득한 기술을 토대로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기반의 지식정보화사회가 일상이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모습으로,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원데이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는 하루 3시간의 정도의 일정으로 2~5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개설되는 수업. 워라벨타임스가 취돈이들을 찾아 그 얘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취미로 하던 도자기가 은퇴 후 새로운 삶의 기반이 됐다고 한다. 사진은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는 김승권 대표. ⓒ워라벨타임스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솔직히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제 스타일이 집에 눌어 앉아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요. 그런데 유일하게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이 도자기였어요. 그래서 공방을 열게 됐는데, 취미로 하던 일이 지금의 공방이 된 것이죠."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역 인근에서 도자기 공방 '미요미요(MYO MYO)'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권 대표의 얘기다.

김승권 대표는 직장생활을 마친 은퇴자. 은퇴 후 도자기 공방으로 제2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공방을 시작한 지는 이제 만 5년이 됐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취미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리 약속했던 15일 오후 4시. 찾아간 공방에서는 20대에서 30대로 보이는 5명(남성 2명, 여성 3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옆에서 작업 과정을 지켜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이들은 한 기업의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직원들. 취미활동 등을 지원해주는 회사의 복지제도를 이용해 도자기 공방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만의 술잔이나 배우자를 위한 계란말이 접시, 반려견 밥그릇 등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모여 공방을 찾았다는 배경설명도 해줬다.

금세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신이 만든 작품을 카메라에 담거나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공방 수업도 마무리됐다. 그리고 나서 김 대표와의 짧은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김 대표와 도자기와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던 김 대표는 실험심리학으로 석사논문까지 마치고, 교단에도 섰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국민윤리를 가르치다가 결혼과 육아문제로 그만두게 됐어요. 그리고 석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공부를 했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자바 등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거든요. 그리고 자격증을 토대로 기업에 들어가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을 했죠."

심리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김 대표가 선생님과 프로그램 개발자도 아닌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부터 약 8년 전.

미술을 전공한 친구가 그릇 같은 것을 만드는 도자기를 취미로 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도자기는 정형화된 것을 만드는 게 아니고 자신의 생각대로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게 매력"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때가 정년을 3년 정도 남긴 상황이었는데, 친구 따라 공방을 다녔거든요. 그런데 그릇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시중에서 파는 그릇과는 다르잖아요.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것이고, 그게 너무 매력이 있었어요.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도자기가 취미가 돼버린 거예요. 오래할 줄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도자기라는 것은 결과물이 있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리고 도자기라는 게 어떤 정형화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생각대로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특히, 나만의 것이라는 것이 더더욱 그렇죠."

공방 이름을 미요미요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미요는 영어단어 'MYO'를 한국식으로 읽은 것. MYO는 'Make Your Own'의 약자로 '자기만의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미요미요 공방 수업 중 원데이 클래스 비중은 80% 정도이고, 나머지는 직장인 대상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정규반만 운영했었어요. 어린이 정규반 수강생이 가장 많았고, 성인 대상으로 직장인반과 주부반을 운영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되고 나서는 거리두기 때문에 정규반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 때부터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원데이 클래스로 전환하게 됐죠."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도자기 공방 미요미요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권 대표. 미요(MYO)는 'Make Your Own'의 약자로 '자기만의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워라벨타임스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평일에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한다.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4차례씩, 평일에는 주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진행해요. 요즘에는 직원 복지 차원으로 취미활동 등을 지원해주는 기업들이 많더라고요. 조금 전에 보셨듯이 같은 부서 직원이라든지 동호회 등에서 수업을 희망하는 연락들이 많이 와요. 그리고 평일 낮 시간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요."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주로 피규어와 고블렛, 마블링 잔 만드는 과정으로 운영"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보통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되는데 유형에 따라 찾는 사람들도 다르다고 한다.

"피규어와 고블렛, 마블링 잔 등 3가지 과정으로 보통 진행하는데요. 피규어는 커플, 고블렛은 여성 친구끼리 많이 오고, 마블링은 7대 3 비율로 여성이 많아요."

김 대표는 그릇을 만드는 도자기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수강생들이 와서 하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봐요. 어떤 그릇을 어떻게 만들지 등 수강생들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컵이나 접시 등 도자기라는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죠."

오는 목적들도 다양하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쓰기 위한 큰 컵이 필요해서 왔다는 직장인도 있고, 요리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담기 위한 접시나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또 꽃을 담기 위한 화병을 만들기 위해 오는 분들도 있고 각양각색 이예요. 그리고 요즘 세대들은 SNS가 일상이잖아요. 만든 작품을 사진을 찍어 올리고, 보면은 이쁘잖아요. 자랑도 하고…"

일이 바쁘다 보니 휴식의 중요성도 새삼 알게 됐다고 한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쓰다 보니 운동을 하던지 휴식을 하던지, 그 시간이 너무 달콤한 것이에요. 얼마 전에 지인들과 모처럼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갔다 왔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과거에는 그 소중함을 몰랐었는데, 바쁜 일상을 쪼개서 갔다 와서인지 느낌이 몇 배로 다가오더라고요"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김 대표는 지금처럼 도자기를 만들고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제가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우울함을 느낄 정도로 사람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공방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웃다보면 건강에도 좋고. 공방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사실 돈 쓸 시간도 없더라고요. 아줌마보다는 작가님이나 선생님 소리 듣는 것도 좋지 않아요? 무엇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한다는 게 더 좋은 것 같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특별함보다는 지금처럼 도자기를 매개체로 여러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살아가려고 해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수강생(왼쪽)과 진열대에 진열돼 있는 이전 수강생들의 작품. ⓒ워라벨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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