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린 개인사업자 314만명 중 12%는 금융기관 3곳 이상의 다중채무자
매출 부진에 대출로 연명…다중채무자 비율 2년 만에 21%→28%로 상승
1992만 대출자 중 다중채무자는 450만명…10명 중 6명은 '4050 세대'

[워라벨타임스] '125조+α' 규모의 소상공인·청년층 재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의 투자 손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자영업자·청년을 두번 울리는 정책"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앞서 더 큰 문제는 청년층과 소상공인 등이 지고 있는 채무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중 38만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2019년 말(13만명)에 비해 192%나 급증했다.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6%에서 12%로 높아졌다. ⓒ워라벨타임스

20대 청년층만 '빚의 굴레'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던 개인사업자(자영업자)도 코로나19 터널을 빠져 나오는 과정에서 '빚잔치'에 허덕이고 있고, 주택 마련이나 가족 부양 등으로 지출이 많은 '4050세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2022년) 3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664조9529억원, 차주는 314만4163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481조6220억원)과 비교해 대출 총액은 38%, 대출자 수는 5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중 38만2235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다. 2019년 말(13만1053명)에 비해 192%나 급증했고, 같은 기간 전체 개인사업자 차주 중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6%에서 12%로 높아졌다.

이들의 대출 총액도 3월말 183조1325억 원으로 2019년 말(101조5309억 원) 대비 80% 증가했고,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액 가운데 다중채무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에서 28%로 높아졌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등으로 급감한 매출 부진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사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아 연명한 개인사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 다중채무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출상환 부담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일반 가계 대출보다 변동금리와 일시 상환 비중, 단기 대출 비중이 높아 취약 차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진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이 커졌다"며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 다중채무자 450만명…10명 중 6명은 '4050 세대'

지난 3월 말 현재 금융권 전체 차주는 1992만2768명이고, 이 중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22.6%인 449만7549명이다.

다중채무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427만4195명)에 비해 5.2% 늘어났는데, 특히 40~50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40~50대는 256만1909명으로 전체 다중채무자 중 56.9%다. 40~50대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26.7%로 전체 평균(22.6%)보다 높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상환 부담이 많이 늘어나 취약 차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액 증가가 두드러진다. 40∼50대의 2금융권 대출은 지난 한 해 6.1%(397조5965억원→421조8436억원) 늘어났다. 은행권 대출이 3.3%(572조9371억원→592조1018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배 가까운 증가율이다.

40∼50대 가계대출 총액은 3월 말 현재 1014조1479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54.3%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 마련과 양육·부양 등 다른 세대보다 씀씀이가 많다보니 40~50대 대출이나 다중채무 비중이나 금액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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