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누적 인사적체 해소위해 불가피한 순환근무 인사"
법원 "순환근무 인정해도 당사자 협의 없고 불이익 커"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사전 협의가 없는 인사이동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1999년 한 신용협동조합에 입사한 A씨는 2018년부터 지점장으로 일하다가 2020년 10월 다른 지점의 고객응대를 하는 여신팀장으로 전보됐습니다. A씨는 인사권 남용에 의한 부단인사의 피해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당사자와 사전 협의없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인사이동은 부당인사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사측의 부당한 인사라는 것입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B조합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1999년 B조합에 입사한 A씨는 2018년부터 지점장으로 일을 하다가 2020년 11월 다른 지점 여신팀장으로 전보됐습니다. 지점에게 나오는 차량유지비(월 30만원)와 일부 수당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A씨는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습니다. A씨의 전보처분은 순환근무의 일환으로 누적된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B조합은 주장했지만 노동위는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보 처분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A씨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B조합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은 차장 직위의 다른 3명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대기발령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도 같은 시기 지점장 자리를 보전하거나 지점장으로 새로 임명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순환근무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유독 A씨에게만 지점 여신팀장으로 명할 합리적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오히려 A씨가 2008년부터 여·수신 업무를 떠나 관리업무를 담당해온 점을 들어 오래 전 여·수신 실무 경력이 단절된 사람에게 여신 업무를 맡기는 게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B조합은 A씨가 직원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발을 자행해 전보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씨 고발에 따라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20억원대 이자를 감면해준 사실이 드러났고, 실제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 등으로 인정돼 이사장과 관련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A씨는 오히려 (조합의)투명성 제고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들이 A씨에게 반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A씨를 업무상 격리시키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씨의 지점장 시절 소속 지점이 2018년 종합평가대상인 5개 지점 중 최하위에서 2020년 1위로 올라서는 등 탁월한 성과를 낸 점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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