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성평등·과도기적 유형 따라 결혼·출산에 대한 생각 다소 차이
전체의 70% 차지하는 '성평등 집단'에서 결혼·출산에 대해 '유보적'

[워라벨타임스]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해결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문제 중의 하나가 '인구절벽'이다. 기본적인 인구절벽의 원인은 결혼을 기피할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거와 양육 문제 등으로 고통받을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사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꼭 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는 없을까? 인구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개최한 '인구포럼'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토대로 '결혼과 출산 행동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정책적으로 어떤 함의가 있는지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결혼과 출산에 가장 긍정적인 전통적 가치관 집단 내에서도 여성의 경우 없어도 무관하다(42.7%)는 응답 비중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32.6%)이라는 답보다 훨씬 높았다. ⓒ워라벨타임스

"결혼과 출산이 큰맘을 먹고 내려야 하는 '위태로운 결단'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어지만 하지만, 반대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면서도 주변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임지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이 '미혼남녀의 성역할 가치관 잠재유형에 따른 결혼과 출산 인식 차이' 보고서에 서 주장한 내용이다.

임 연구원은 "앞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될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성역할 가치관의 잠재유형이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그에 따라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이 다르게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며 "지난해 해당 조사에 응답한 19~49세 미혼남녀 6049명을 대상으로 잠재계층분석(LCA)를 통해 진행했다고"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우선 성역할 가치관을 가늠하는 사전 문항으로 ①돈 버는 일과 집안일은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②남편이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일이다 ③가정생활을 위해 남성과 여성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하는 것이 좋다 ④남성이라면 혼자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⑤결혼을 하더라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여성의 삶에 좋다 등으로 질문했다. 1번 문항에 대해서는 남성 96.5%, 여성 98.5%가 '동의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2번 문항(남성 20.2%, 여성 10.8%)과 3번 문항(남성 25.7%, 여성 15.7%)에서는 10%대의 저조한 동의율을 보였다. 남성이라면 혼자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4번 문항은 남성(47.1%)과 여성(27.8%) 간 다소의 차이가 있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여성의 삶에 더 좋다는 물음에는 남성(85.3%)과 여성(93.8%) 모두 높은 공감대를 나타냈다. 임 연구원은 분석결과를 토대로 대상자들을 △성평등 가치관 집단(71.5%) △전통적 가치관 집단(19.6%) △과도기적 가치관 집단(8.9%) 등 세 집단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가장 비중이 높은 성평등 가치관 집단의 경우 60% 이상이 결혼에 대해 유보적(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53.9%+하지 않는게 낫다 8.5%)이었다. 성평등 가치관 집단 중 여성의 경우 긍정적인 답(반드시 해야 한다 2.6%, 하는 편이 좋다 21.5%)이 10명 중 3명이 되지 않았다. 또 본인 자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꼭 있어야 한다(7.7%)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30.5%)이라는 응답이 40%에도 미치지 모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60.4%)이나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답(55.0%)로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전통적 가치관 집단이나 과도기적 집단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시 말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전통적 가치관 집단 내에서도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결혼이나 출산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집단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성평등 가치관 집단에 속한 여성은 출산 시 고려사항으로 본인의 직업과 함께 배우자의 직업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반면, 과도기적 집단은 전통적 집단과 마찬가지로 남편의 직업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 집단에 속한 남성들 역시 부인보다는 자신의 직업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 연구원은 "결혼과 출산이 큰맘을 먹고 내려야 하는 '위태로운 결단'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누군가는 하고 싶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일 수도 있다"며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주면서도 상황으로 인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9∼49세 남녀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족과 출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지난 13일 열린 '제28차 인구포럼'에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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