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보통 이상' 비율 손자녀 양육 고령자가 비양육 고령자보다 높아
우울감 척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인지기능이나 삶의 만족도는 높게 나와
'손자녀 양육과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

[워라벨타임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영유아 사망률은 낮아지면서 고령자가 조부모가 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 손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비공식 돌봄 중 하나로 고령자의 손자녀 양육은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통적으로 다세대 가족 구조가 보편화돼 있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령자의 손자녀 양육은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고령인구비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맞벌이가구 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령자가 손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자녀 양육을 하는 고령자가 그렇지 않은 고령자보다 우울감은 낮고 인지기능이나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 등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그렇다면 손자녀 양육에 참가하는 고령자의 인지기능이나 건강, 삶의 만족도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손자녀 양육을 하지않는 고령자보다 양육을 하는 고령자들의 조금더 긍정적이라는 연구가 관심을 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손자녀 양육과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연구책임자 최경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를 보면 손자녀 양육이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08∼2020년 사이 격년으로 시행된 고령화연구패널조사와 2014년, 2017년, 2020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1.9%가 손주를 양육했으며, 손자녀를 양육한 고령자 중 62.2%가 1명의 손자녀를 양육했다. 손자녀 1인당 양육기간은 36.7주, 주당 양육시간은 39.9시간이다.

양육한 손자녀 부모의 성별은 남성(고령자의 아들) 53.8%, 여성(고령자의 딸) 46.2%로, 친손자녀와 외손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는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양육한 손자녀 부모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평균 88.9%, 없는 경우는 평균 11.1%였으며, 양육한 손자녀 부모의 평균 연령은 37.4세였다. 또 고령자가 양육한 손자녀의 부모와 고령자의 지난 1년 중 동거기간이 0개월인 경우는 평균 68.7%이며, 12개월인 경우는 평균 26.6%이다.

손자녀 양육은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고령화연구패널조사를 기준으로 손주 양육 여부에 따른 차이를 보면 스스로의 건강상태를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 73.2%, 양육하지 않은 경우 72.3%로,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에 0.9%포인트(p) 높게 나타났다.

우울감(척도 0∼30)은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 평균 6.2점으로, 양육하지 않은 경우(6.8점)에 비해 낮았고, 인지기능은 26.2점으로 미양육(25.5점)보다 높았다.

의료기관 외래진료 횟수는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 평균 21.8회, 손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경우 평균 17.9회로,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가 조금 많았다.

100점 만점으로 측정한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도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71.9점), 양육하지 않은 경우(69.2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 삶의 질 만족도 역시 손자녀를 양육한 경우(63.4점)가 양육하지 않은 경우(61.3)보다 높았다.

다만, 이같은 건강상태, 인지기능, 삶의 질 만족도 상승은 55∼74세에서 두드러졌고, 75∼84세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출처: 한국보건사회여구원 '손자녀 양육과 고령자의 건강, 인지기능 및 삶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

또 분석석 결과,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가 스스로의 건강 상태를 보통 이상이라고 간주할 확률을 46.1%포인트 상승시키며, 인지기능과 전반적 삶의 질 만족도 역시 각각 약 10점, 약 20점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여성 고령자와 55-74세 고령자에게서 두드러졌으며, 양육 여부 외에 양육한손자녀 수, 양육 기간, 주당 양육 시간 등 양육 강도도 주관적 건강상태, 인지기능, 전반적 삶의 질 만족도와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손자녀 양육의 인과 효과에 대한 합의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추가적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며 "또 양육수당이나 아이돌봄 서비스의 중복수혜 여부 등을 포함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손자녀 양육수당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자의 손자녀 양육이 고령자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손자녀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연구 결과가 향후 고령자의 손자녀 양육관련 제도 등에 관한 논의 시 관련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영향들 중 하나로 손자녀 양육이 고령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워라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