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원하지만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높아 어쩔수 없이 전월세로
주거비 감당하다보니 다른 곳에 돈 못써…임차일수록 박탈감 더 커
국토연구원 '주거비 부담이 사회경제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주거비 부담이 클수록 주거 이외 분야 지출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경제적 박탈감도 덩달아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입고 먹고 자는(의식주) 문제는 인간의 삶을 위한 기본이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었다면 산업화가 어느정도 진전되고 나서는 '내 집'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자꾸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은 주거 소비 외에 타 분야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상태와 본인이 인식하는 삶의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주거비 부담이 커질수록 사회경제적 박탈감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이 클수록 사회경제적 박탈감도 커진다는 국책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국토연구원이 14일 발간한 주간 국토정책 브리프 891호에 실린 '주거비 부담이 사회경제적 박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가구주 500명을 대상으로 주거에 대한 개인의 기본 가치관과 주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많은 사람이 주거를 삶의 질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지만 이상적 주거와 현실 간에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의 과반 이상(81%)이 삶의 터전으로써 주거의 기능을 강조하며, 타 분야 지출보다 주거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68.8%)라고 응답하는 등 주거를 필수재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30~40%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주거면적과 주택유형, 점유유형을 달성하지 못해 원하는 주거 수준과 현실 간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차가구의 80% 이상은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가거주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상적 주거와 현실의 괴리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주거비 부담 수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임차가구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주거비 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41.4%는 현재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고, 특히 월세가구에서 이러한 인식이 높은 비중(68.2%)을 차지했다.

이는 대부분의 임차가구가 주거 안정성 등을 위해 자가 거주를 원하지만 실현하지 못하는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가구특성별 주관적 박탈 인식 수준. 국토연구원 제공

또 응답자의 58%는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비교할 때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거 점유유형을 임차와 자가로 구분해 박탈감을 조사했을 때, 임차 가구가 자가 가구보다 박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2.9%에 달한 반면, 반면 반대 경우는 16.9%에 불과했다.

주거비 지출에 따라 비주거 분야에 지출하는 금액도 차이가 벌어졌다. 예컨대 특정 가구가 주거비를 과부담하면, 박탈 지표로 측정한 박탈을 경험할 확률이 늘고 보건·오락문화 등 비주거 분야 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 수준이 높은 저소득 임차 가구는 객관적·주관적 박탈 수준이 모두 높은 것으로 분석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주문했다.

조정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객관적·주관적 주거비 부담 수준이 높은 임차가구가 박탈감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거안정성 개선과 주거상향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며 " 또 이자율 상승시 주택관련 대출 이자 상환 압박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안심전환대출 확대와 연체차주 보호장치 마련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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