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때문에 부업 뛰는 가장 역대 최다…5년새 41% 증가
임금수준·고용안정성 낮은 고령·청년층서 부업자 증가폭 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1~3분기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가구주)이면서 부업자인 사람의 수는 평균 36만8000명으로 5년 만에 10만명이나 증가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김경식(가명·42)씨. 김씨는 퇴근 후 3식간 정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쓰는 용어로 '엔(N)잡러'이다.

엔잡러는 여러 수를 의미하는 'N'과 직업(일)을 의미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2030 MZ세대들이 경제력보다도 자아실현이나 일과 삶을 모두 즐기는 목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40~50대 엔잡러 직장인들은 보통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경우가 많다. 다시 본업 외에 또다른 부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가 부업 전선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부담과 아이들의 양육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반면,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접근성 높은 비대면, 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김씨처럼 기본적으로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부업전선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로 근로자들이 비대면, 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가구주)인 부업자는 올해 1~3분기 평균 36만8000명이다. 전체 부업자 수가 54만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67.3%가 가장인 셈이다.

전경련 제공

전체 부업자 수와 가구주 부업자 수는 2013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고,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2022년 5년 동안 1~3분기 평균 전체 부업자 수는 33.1%(13.6만명), 가구주 부업자 수는 41.0%(10만7000명) 증가했고 전체 부업자 중 가구주 비율은 2017년 63.5%에서 2022년 67.3%로 늘었다.

지난 10년간(2013~2022년) 1~3분기 평균 주업 근로시간과 부업 참가율을 비교하면 주업 근로시간이 줄어들수록 부업 참가율도 높아진다.

특히, 주52시간제가 도입되기 시작한 2018년을 기점으로 부업 참가율이 증가세로 전환됐는데, 주업 근로시간이 2017년 35.7시간에서 2022년 32.0시간으로 감소하는 동안 부업 참가율은 코로나 사태로 고용시장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7년 1.54%에서 2022년 1.95%로 지속 증가했다.

전경련은 "부업자 증가 배경에는 산업구조의 전환에 따른 고용형태 다변화와 코로나19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주업 근로시간의 감소와 함께 부업 참가율이 증가한 것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부업을 병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업자 증가는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특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연령대별 부업자 추이를 보면 지난 5년간 1~3분기 평균 기준으로 20~30대 부업자는 2017년 7만8000명에서 2022년 10만7000명으로 37.2%, 60대 부업자는 7만6000명에서 12만9000명으로 6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50대 부업자는 21만6000명에서 21만9000명으로 1.4% 늘었다.

전경련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청년층은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고, 고령층은 임시직이나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며 생계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플랫폼 노동이 확대돼 부업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근로시간 규제로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실질임금이 깎인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부업 전선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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