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녀 돌보는 할머니들의 우울지수가 더 높아
코로나19 이후 조모의 손자녀 돌봄 역할 커져
돌봄 부담 지는데 지원대상은 빠져…관리 필요
여성정책연, '손자녀 돌봄과 조모 우울' 보고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손자녀 돌봄이 조모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의 우울감이 비교집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손주 돌보는 재미로 살아요." 많은 할머니(조모)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는 얘기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손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이 그렇지 않은 조모보다 우울지수가 오히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학술지여성연구에 4일 실린 '손자녀 돌봄이 조모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성향점수매칭과 이중차분법의 활용' 연구 결과를 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의 우울감이 비교집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미향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책임연구원과 오혜은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하는 여성가족패널을 사용했다. 여성가족패널은 이 연구의 핵심변수인 미취학 손자녀 돌봄 여부, 조모의 우울 수준을 비롯해 개인·가구단위에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2007년 9068가구 내 만 19세부터 64세 여성 9997명을 표본으로 시작해 2020년 8차 조사까지 이뤄졌다.

연구진은 통상 매칭 연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5:1 매칭을 실시했으며 만 6세 이하 손자녀를 돌보는 집단(처치집단) 60명과 돌보는 손자녀가 없는 비교집단 26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문항(10개)별로 1~4의 값을 기준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우울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향점수매칭 전후 기술통계량.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공

조사 결과 처치집단 우울 점수는 2018년 3.510점에서 2020년 3.341점으로 악화됐다. 반면 손자녀를 돌보지 않은 집단은 같은 기간 3.483점에서 3.481점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처치집단의 우울 점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서 그리고 비교집단에 비해서 무직이 많고, 주관적 건강상태를 나쁨으로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성인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과 여가활동에 불만족하는 응답이 늘었다. 반면 비교집단은 두 시기 동안 우울 점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손자녀 돌봄으로 우울감이 커진 것인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고정효과 모형이라는 분석법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에서도 손자녀를 돌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0.250점 우울 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자녀의 돌봄은 고령층 우울에 있어서 주관적 경제 상황, 종사상 지위, 주관적 건강상태 다음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배우자 유무, 만성질환 개수,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종교, 자녀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여가활동 만족도 등의 변수보다 미치는 영향이 컸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위기로 조모의 손자녀 돌봄은 더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정책은 여성 즉, 성인자녀의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춰 왔고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는 상대적으로 관심대상 밖이었다"며 "돌봄 부담을 지고 있는데 지원대상으로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를 대상으로 한정된 시간과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을 관리하는 방법, 성인자녀와 손자녀 돌봄으로 인한 갈등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 돌봄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손자녀를 돌보는 조모를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방안을 고려하되, 조모의 손자녀 돌봄을 유인하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워라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