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계약 자체가 아니라 일한 만큼 보상 안하는 오·남용이 문제"
고용부,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 운영에 이어 3월 중 근절대책 발표

정부는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을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3월에는 가칭 '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하철 출근길 직장인들.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사례1>매일 1시간씩 무료노동, 연장근로시간을 한달 33시간으로 정해놓고 연장근로수당 1.5배를 주지도 않습니다. 출퇴근기록카드를 요청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출퇴근기록도 안되고 있습니다. 일한 만큼 돈 좀 받게 해주세요.

<사례2> 9시 출근 6시 퇴근 원칙인 사무직입니다. 출퇴근기록기도 있습니다. 월마감 등 연장근무가 잦은데 근로계약서상 포함된 초과근무수당(4시간) 이상의 연장근무수당은 못받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이라 그렇다네요. 초과근무한 연장근로수당은 받을 수 없나요?

<사례3> 00회사는 포괄임금을 실시한다고 하며 고정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의 대가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근무시간은 계약된 시간이상이고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기록도 조작하고 근로계약서에 규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하려는 태도와 의지가 전무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에 익명으로 제보된 사례들이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포괄임금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장관도 지난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기업 노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획일적·경직적 근로시간 규제로 생겨난 관행이 소위 포괄임금"이라며 "일부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실근로시간을 산정·관리하지 않고 오·남용하면서 공짜 야근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임금 오·남용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해 공정의 가치에도 맞지 않고, 특히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 저임금 근로자의 좌절감을 가져오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올해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의 원년으로 삼고 전례 없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괄임금·고정OT 계약 비교.

◇포괄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로 형성된 임금지급 방식

포괄임금제도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니라 판례로 형성돼 온 임금지급 계약 방식이다. 판례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인정해왔다. 또 노동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노동시간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것,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것,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포괄임금은 크게 '포괄임금 계약'과 '고정OT(연장근로) 계약'으로 구분된다. 포괄임금 계약은 각각 산정해야 할 복수의 임금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식. 기본임금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거나 기본임금과 수당 총액은 구분하되 개별 수당 간 금액은 구분하지 않는 유형이 있다.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의 경우 사용자에게 추가 임금지급 의무가 없고,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의 경우에는 실제 노동시간에 따라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고 본다.

고정OT 계약은 기본임금 외 법정수당 모두·일부를 수당별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한 계약이다. 기본임금과 연장·야간·휴일 등 개별 수당이 구분되는 유형이다. 노동부는 고정OT 계약의 경우 약정된 노동시간을 초과할 경우 사용자가 초과분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

포괄임금은 현장에서 노동시간 계산 편의와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것으로, 포괄임금·고정OT로 인한 문제는 계약 그 자체라기보다 이를 오·남용해 일한 만큼 보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17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포괄임금제 규제를 약속했지만 결국 임기 마지막까지 규제 지침마저도 내놓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로 포괄임금제 규제 방안을 포함시켰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부터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고자 사상 첫 기획감독을 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포괄임금 오·남용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고, 다음 달(3월)에는 가칭 '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 넥슨 노조 지회장은 "포괄임금 오·남용 사례로는 근로시간 측정이 손쉬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임금, 포괄임금을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며 "넥슨은 포괄임금제 폐지 후 평균근로시간이 감소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수당이 올라가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한 청년 근로자는 "주변을 봐도 포괄임금을 많이 시행해 자신의 야근· 연장수당에 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며 "지금 회사에서는 연장·야간·휴일 근무에 대해 모두 수당으로 산정돼 야근을 하더라도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직접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 오·남용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로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해 공정의 가치에도 맞지 않고, 특히 노동시장에 막 진입한 청년, 저임금 근로자의 좌절감을 가져오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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