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은행 떠난 2200여명…1인당 6억원 이상 퇴직금

[워라벨타임스]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대책을 마련하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은행들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기에 대통령의 입에서 '돈 잔치'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 중의 하나가 '억소리'나는 퇴직금이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특별퇴직금이 1인당 4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정퇴직금까지 더하면 적게는 6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는 셈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은행권에는 최근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업무의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축소 등 오프라인 업무가 줄어들면서 인원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안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면도 적지 않다.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챙기는 퇴직금이 일반 직장인들과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부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짐을 싼 사람은 2200명 가량이다. 그리고 이들 은행은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적게는 3억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40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 확정인원이 713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3억82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은 것이다. 2021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3억7600만원(674명에 2533억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 1336억원을 반영했다. 희망퇴직 인원은 388명으로 1인당 평균 3억44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1547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책정했다. 1인당 평균 4억4300만원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금액과 비교하면 7700만원 늘었다.

오는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인 하나은행은 지난해 1분기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원을 지급(1인당 평균 3억4200만원)했다.

은행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다. 근무 기간에 따른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등으로 퇴직할 때 받는 법정퇴직금은 빠져있다.

법정퇴직금은 통상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출한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KB국민은행 1억1200만원, 신한은행 1억700만원, 하나은행 1억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등이다. 근속연수가 16년이라면 월평균 임금이 808만원∼933만원 수준이다.

희망퇴직은 올해 대상자 중 가장 고연령인 1967년생의 경우 법정퇴직금은 3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하면 이번에 은행을 떠난 이들은 1인당 최소 6억∼7억원의 목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KB국민과 신한, 우리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은 1인당 8억∼9억원, 하나은행 상위 5명은 모두 10억원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억 소리" 나는 은행권 희망퇴직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 등 기업 효율화보다는 목돈 마련의 기회를 주는 '복지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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