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 연장 중요하지만 불이익 두려워 못 쓰는 상황부터 고쳐야"
"'남녀고용평등법'에 '불리한 처우' 구체적으로 명시해 근로자 보호해야"

[워라벨타임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방안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을 차단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보호 절차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육아휴직 활성화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실에서 근로자들은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할지 모를 불이익 조치를 우려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육아휴직 기간 연장이 효과를 보려면 무엇보다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개선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육아휴직 기간 연장이 효과를 보려면 육아휴직 사용에 따른 불이익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남녀고용평등법상 '불이익 처우' 규정의 문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워라벨타임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이슈와 논점'에 게재한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개선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남녀고용평등법상 '불이익 처우' 규정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법률 정비를 제안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남양유업 판결과 호주 연방법원의 로이 모르건(Roy Morgan Research Ltd) 판결을 비교해 '불이익 처우'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사업체의 27.8%가 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49.6%)이라는 답에서부터 동료·관리자의 업무가중(23.3%), 대체인력 구하기 어려워서(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7.7%) 등의 이유 때문 등이다.

허 조사관은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은 신청 시 눈치가 보인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사용 이후 불이익 처분을 받을 것에 대한 우려와 부담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 이후 근로자의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남양유업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보복성 인사조치' 사건이란

근로자 A씨는 지난 2002년 남양유업에 대리로 입사해 2008년 광고팀장으로 승진했고, 2015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후 2016년 복직했다. 하지만 복직 후 1주일간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고 사측으로부터 권고사직을 권유받는다. A씨가 응하지 않자 광고팀원으로 발령이 났고, 2019년 1월에는 원당 물류센터, 2019년도 8월에는 천안 공장으로 발령이 났다.

A씨는 팀원 발령에 대해 부당인사발령구제신청을 했고, 사측은 A씨의 인사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광고팀장에서 해임한 것인데, 그 시점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이라 주장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사측의 의견을 수용해 부당전보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이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원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인용됐지만, 2심에서 기각됐고, 대법원에서 원심을 유지화면서 기각이 확정됐다.

1심은 "사측이 A씨를 팀장으로 재보임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입사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를 A씨에게 부여해 육아휴직 전 업무에 비해 업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원고를 광고팀 업무에서 배제할 의도를 가지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인사발령 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고, 광고팀에서 팀원으로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가 광고팀의 업무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근무 장소가 인사발령 전과 동일한 건물이라는 점에서 인사발령으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와 관련한 이른바, '남양유업' 사건이다.

◇ 호주 로이 모르건 판결 개요는

비슷한 해외 사례로 '로이 모르건 판결'이 있다. 호주 로이 모르건에서 오퍼레이션 디렉터(Operation Director)로 근무하던 헤로드(Jaye Heraud) 씨는 2013년 육아휴직을 사용해 이듬해 복직했다. 이 기간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헤로드 씨의 업무가 정리해고 대상이 됐으나, 사측은 헤로드씨에게 새로 설립하는 회사를 통한 재고용을 약속했다. 그런데 헤로드 씨가 복귀 후 유연근무를 신청하자 사측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기존에 약속했던 재고용 제안도 철회했다.

이에 호주 연방병원은 불리한 처우로 판단해 사측에 헤로드 씨의 수입 손실(한화 1억9287만원) 뿐만 아니라 범칙금(4648만원), 기타 비경제적 손실(2682만원)을 별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호주 연방법원은 사측의 법률위반 행위에 따른 원고의 수입 손실 및 비경제적 손실 등을 결정하는 판결에서 육아휴직 사용을 마친 근로자의 '취약성'에 대해 인정한다.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휴직 이전과 상당한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근로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 또 해고 이전에 근로자가 책임감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 자신의 명성과 지위로 인한 근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게 호주 법원의 판단이다. 사측의 불리한 처우로 인해 근로자가 받게 된 생활상의 불이익을 인정한 것이다.

◇ "육아휴직 사용 확대는 저출산 문제 해소하고 워라벨에 기여"

육아휴직 사용 확대는 궁극적으로 우리사회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근로자 모두의 일·생활 균형(워라벨)을 통해 노동시장의 성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같은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간 연장 등의 제도 개선에 앞서 육아휴직 사용 후 불이익 조치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는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이미 우리나라 법률에는 불리한 처우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입법례가 있다"며 "이를 참고해 '남녀고용평등법'에 불리한 처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허 조사관은 "남양유업 판결이 육아휴직 사용을 앞두고 있는 많은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면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박탈됨은 물론, 우리사회가 그토록 변화시키고자 하는 가족돌봄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이 공동체의 상식으로 자리잡기 어렵다"며 "국회가 법률 개정을 통해 불분명했던 '불리한 처우'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녀를 돌보는 근로자의 돌봄권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가 자유롭게 향유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에도 집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워라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