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하나도 만원짜리 필요…'런치플레이션' 시대 씁쓸한 단면
5000원 안팎이면 점심 해결 가능…주머니 얇은 직장인 발길 이어져

[워라벨타임스] 대형 사무실은 물론 소규모 사무실이 몰려 있어 이른바, 오피스 거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한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에 도착한 시간은 20일 오전 11시 40분. 기자도 컵라면 하나와 2000원짜리 김밥하나를 구매해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약 3분 후 일단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들어오더니 먹거리 진열대로 향했다. 그리고 고른 상품을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도시락부터 컵라면, 김밥, 샌드위치 등 손에 들려 있는 것도 다양했다.

계산을 마친 이들은 편의점 한 켠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들어올 때는 한팀으로 생각했지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혼자 온 손님 이른바, '혼밥족'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풍경은 기자가 편의점을 나설 때까지 약 20분간 이어졌고,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시대의 씁쓸한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일 낮 서울 공덕동 한 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 ⓒ워라벨타임스.

이처럼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비빔밥 등 점심값이 1만원을 넘기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식당이 아닌 편의점으로 발검을 향하고 있다. 이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도시락 가격은 5000원 안팎이었고, 외관상 도시락 내용물도 괜찮아 보였다.

근처 회사에 다닌다는 김치우(31·가명)씨는 "찌개하나 먹어도 돈 만원이 필요하다. 가끔 친구나 동료들과 소주도 한 잔해야 하는데, 안주값이나 소주값도 만만치 않다. 어쩔수 없이 점심값 5000원이라도 아껴야지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3년차 직장인이라는 박승규(30·가명)씨는 "컵라면과 김밥으로 해결하면 4000원이면 된다. 점심값으로 만원이 든다고 하면 6000원이 절약되는 것인데, 한 달 기준 10만원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편스토랑(편의점 안에서의 취식) 애용자라는 김승훈(28·가명)씨는 "요즘 나오는 편의점 도시락은 구성이나 내용물 등 상당히 알차졌다"며 "불친절한 식당에 갔다가 기분 상하고 오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혼자 가볍게 해결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것은 결국 '밥값'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촉발된 고물가와 고금리 행진에 외식비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씀씀이를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식당대신 편의점을 선택하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하락에도 서비스 물가는 들썩…생산자물가 두 달째 상승

실제로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0.42(2015년 100 기준)로 전월 대비 0.1%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생산자물가지수 등락률. 한국은행 제공

전달(0.4%)보다는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4.8%로 여전히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전년동월 대비 상승 폭이 8개월 연속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2월 생산자물가가 오른 건 음식·숙박 등 서비스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도시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지만 음식점과 숙박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및 숙박업 물가는 전월대비 0.6%, 금융 및 보험이 0.9% 오르는 등 서비스 가격은 0.3% 뛰었다. 농산물(1.5%)과 수산물(2.1%) 가격도 올랐다. 특히 풋고추(56.8%), 호박(18.8%), 조기(118.3%), 멸치(6.7%)의 가격 상승폭이 컸다.

그나마 산업용도시가스(-1.5%), 증기(-2.1%) 등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 가격이 전월대비 0.3% 하락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6월 10%까지 치솟았던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8%까지 낮아졌다.

한은은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4.8% 오르며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 대비로는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품을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원재료(1.3%), 중간재(0.7%), 최종재(0.5%)가 모두 올랐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2월 총산출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4%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0.3%), 농림수산품(-0.3%) 등이 내렸지만 공산품(0.6%), 서비스(0.3%) 등이 오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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