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더 없이 맑고 

바다로 고기잡이 갔던 아버지 

뚝방길 걸어오신다

모내기 앞둔 간사지 너른 들판

논마다 봇물 찰랑인다

물결이 숭어 떼처럼 몰려다닌다

짊어진 물고기 한가득인가 

들마당 수문통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서둘러 다시 걸음하신다

토방에 털썩 주저않자 

가득 찼던 한숨만 파다닥 튀어

마당으로 흩어진다

물빛 찬란한 들녘 바라보며 

그려, 남들은 많아봐야 몇 마지기지 뭐 

주문을 외듯 혼잣말 하신다

허탕도 어부질이여

가벼워 천근만근 더 무거웠을 

◇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에, 사물 틈에 흩어져 있는 사유의 이삭을 관심 갖고 살펴찾아 모으는 일"이라고 말한다.

'빈항아리'는 '간장독'으로 제목을 바꿔 1집에 실렸다. 시집으로는 '동미집', '호수의 중심', '환한 말', '그쯤에서 눞길 잘했다'가 있으며, '슬픔의 각도' 외 다수의 전망동인지 등에 참여하였다. ㈜한라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현재 시그마스포츠클럽 SFC점(광화문점)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워라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