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꼬락서니 보고 있자니 마땅치 않아 뒤쪽으로퇘! 힘을 내뱉었는데 하필 제철을 즐기던 민들레가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지 뭐야. 꽃잎 위 가래라니 참 난감하더이,못 본 척 태연하게 고개 돌리는데 갑자기 후드득 소나기가내렸어. 비 피하려 후다닥 뛰어가는데 아차 민들레 보기 민망하더이. 하여 멈추고 그냥 천천히 걸었어, 때마침 소나기구만 갑자기 소나기라니◇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노쇠한 부엉이 한 마리 병상에 앉아 있다.그때 외에 그때 있잖여나 초등학교 몇 학년 때더라 캄캄한 한밤중 칠절 절골 느티나무 아래 앉아 멍하니 울고 있었잖여.아 그때에, 말두 마라 말두 마 그때 생각하면 지금두...아주 아주 오래 전 그때 그 밤길을 링거 영양제 흘러내리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어놓는다.꼬박 두 물 잡은 바지락 장봐 쌀 한 되 보리 두 되, 젯상 올릴 거 몇 팔고 나니께 겨우 돈 몇 푼 남더라. 독한 맘먹고 모처럼 버스타러 갔는디 자꾸 시장 입구서 팔던 풀빵이 아른거리더라구. 차비 보태서 풀빵 사구 걸어올 요량으로
늦가을, 뒷산 산책길에 꽃잎도 꽃술도 다 떨어지고 꽃대궁에 마른 꽃받침만 매달려 있는 꽃 한 송이 보았습니다 오목한 둥근 꽃받침에는 여든아홉 개의 구멍이 송송송 파여있었는데요, 그 간격 가지런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방금까지 불자들이 불공을 드리다가 나간 법당의 흐트러진 방석 같았습니다 세다가 다시 세고 흩어진 씨앗들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또다시 세고 여든아홉을 다 셀 때까지 나는한 덩이의 더없는 고요였고요◇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뜬금없이 마당가 짚누리가 떠올랐습니다"지금 안 나오면 진짜 저녁밥 읍따"낮은 엄마 목소리가 짚단을 슬쩍슬쩍 들춥니다"이놈, 들어오기만 해봐라", 모르는 척아버지 저녁마실 가는 소리도 저만치서 들립니다부뚜막엔 고봉밥에 찌개 한 그릇김모락모락 따스합니다생각 몇단만 들춰도 대책 없이 아련한늦가을저물녘입니다◇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배춧잎 갉아먹는애벌레너무 뭐라 마시라우주라는 커다란 나무의푸릇한 잎 지구를야금야금 갉아먹고사는우리만 하랴징그럽다는 것은주어진 여건에 죽어라있는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우리 징그럽게 사는지,배추 애벌레는 자라하늘을 나는 흰나비로우화하더라이 푸른 지구를야금야금 갉아먹고도그냥 껍데기로 썩고 마는우리가, 찐 벌레아닌가◇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
하늘은 더 없이 맑고 바다로 고기잡이 갔던 아버지 뚝방길 걸어오신다모내기 앞둔 간사지 너른 들판논마다 봇물 찰랑인다물결이 숭어 떼처럼 몰려다닌다짊어진 물고기 한가득인가 들마당 수문통에서 한참을 쉬었다가 서둘러 다시 걸음하신다토방에 털썩 주저않자 가득 찼던 한숨만 파다닥 튀어마당으로 흩어진다물빛 찬란한 들녘 바라보며 그려, 남들은 많아봐야 몇 마지기지 뭐 주문을 외듯 혼잣말 하신다허탕도 어부질이여가벼워 천근만근 더 무거웠을 저빈◇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
명퇴 후 자리 없다고요웬만한 경력은 노하우 아니네요 그냥 경험이지, 아직도 안락함에 젖어 편한 의자만 고집하는 건 아닌가요다시 살펴보세요자기소개서는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이네요◇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에, 사물 틈에 흩어져 있는 사유의 이삭을 관심 갖고 살펴찾아 모으는
살다보니별의별 일 다 생긴다고한숨 쉬지 마그거 별일 아니야살다보면 생기는일상의 흔한 일이야별에서 보면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별이잖아별의별 일, 긴 한숨 대신한숨 쉬고 보면별의 별 일그러니까, 별의별에서 살다보니 생기는그렇고 그런일이야◇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에, 사물
내 부정은 늘 긍정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오늘은 점심 뭐로 할까? 아무거나 편한대로그럼, 카레밥 먹으러 갈까? 미안, 그것만 빼고 언제 한번 봐야지? 좋지, 나는 언제든 콜이야 그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어때?쏘리, 하필 그날은 그래, 그 친구 다 좋은데 말이야 그건 좀 그렇더라 그치?내 긍정 자체가 보기에만 좋은 겉포장은 아니었는지태클이 다 반칙은 아니지만VAR 판독 결과경고!◇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
[신현복 詩] 하늘 아래 바다가 두 갯꼴로 보듬은 소미 당미 고잔 북창 장동 칠절양지 오섬 애들이 매봉재 간사지 염전 부들창 방죽이 흩어놓은 방독산,팽나무재,가산골,살구나무집,느티나무집,뽕나무집, 방앗간집,담뱃집,스피커쟁이네,주막집,학고방집,둘곡재,곱돌고개,당재,둥골,밭가운데, 고드랭이, 해나지, 이새기,호두나무집,부잣집,동지터,거미기,갑진터,뱃말, 함박재,동성백이, 절골,아치실, 장승백이,제니, 장작골,뽀루수언덕,구두골,대밭집,솥땜쟁이네,샘곁집,동미집, 앵두나무집,감나무골,굼벙골,마랑골, 탱자나무집,지논이,스무골,수리기머리,
사무실 행운목에 창 너머 자동차 불빛이망울망울 매달려 있습니다 활짝 핀 꽃 같습니다, 아니절정의 순간을 꽃이라 부르기에 저 울긋불긋한 절정 또한 꽃이라 하겠습니다 느릿느릿 기어가듯 핀 꽃들 노랗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춘 꽃들붉습니다 퇴근길에 꽃 활짝 피었습니다 꽃 피웠으니 곧 대롱대롱 열매 맺겠지요 잘 익은 하루인데 그 맛보나마나죠◇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TV 다큐(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중에 아내가"늙어 남자 혼자 오래 살면 저리 추해. 내가 당신보다 조금은 더 오래 살아줄 거긴 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조금만 더 살다 미련 없이 가” 라고 하기에 "고맙기는 한데, 뭐여 와가 아니라 가라고? 어디로" 서운한 투로 말꼬리를 잡으니 "말이 샌 거네요 샜어. 근데, 정말 서운하긴 한가보네" 은근슬쩍 몸 기대며 웃는다 '농담아니고 정말로 서운합니다. 다음 생은 나랑 살기 싫다 이거지?' 대놓고 따지려다가 '하기사, 적지 않은 세월 모난 나와 부딪치며 살았는데 어딘가 금이 가 있
웬일여잘 지내지그냥저냥, 자네는맨날 그려언제 함 봐야지핑계 만들어보셔그려, 알었써집에두 별일 읍찌읍써, 자넨우리도 그려조만간 보자구그려 함 봐알어써 들어가그려 그러고는 또 한참을 그러고 살 테지◇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에, 사물 틈에 흩어져 있는 사유의 이삭을 관심 갖
반가워잘 지냈지그렇지 뭐, 자넨나두 맨날 그려집에두 별일 읍찌읍써, 제수씬형수님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간만에 만나도 또 쓰잘데기없는그렇고 그런 옛 추억담지난 얘기 편하면지금 잘 살고 있는 거다 즐거웠어나두, 또 보자구그려 또 봐그러자구, 들어가그려가제수씨한테 안부 전하고지랄 그러고는한참은 없는 듯살 테지◇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
닫힌 주차장 개폐기가 고용주인 그에겐첫차가 막차다, 막차 첫차다 첫차의 출발은 첫 마디가 엇박자인 노래박자를 놓치면 새벽보다 더 캄캄한 어둠이다한 박자 늦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반박자 빠르다 A씨, 그래서 뛴다 별거냐, 박자에 맞춰 뛰는 게 춤이지막춤은 대충 추는 춤이 아니다제멋대로 추는 춤이다잘 추는 막춤만큼 맛깔나는 춤도없지 않은가 A씨, 그래서 오늘도 뛴다 춤추는 무대에서는 어둠도화려한 조명◇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오늘은 사진 찍지 말고 열심히 걸어야지'단단히 마음먹고나왔는데 또 사진만 찍다가 들어간다 하기사, 노는 것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인데 하물며 꽃의 유혹 이리 붉은데달빛 저리 은은한데 한낱 내가 어찌 감히 배길 수 있으랴아무렴, 택(턱)도 없지◇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
[신현복 詩] 존재에 대한 단상지구를 축으로 우주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는 우주에서 중심이다 자전하면서필요한 만큼의 중력을 갖고공전한다 처음과 끝이 없으니 어느 위치에서도 우주의 중심이다 세상사에서 나도 그렇다 너 또한 그렇다 존재한다는 것은 중심에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중심이 축이거나축이 중심이어야 하는 것은꼭 아니다◇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
'오늘은 사진 찍지 말고 열심히 걸어야지' 단단히 마음먹고 나왔는데 또 사진만 찍다가 들어간다하기사, 노는 것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인데 하물며 꽃의 유혹 이리 붉은데달빛 저리 은은한데한낱 내가 어찌 감히 배길 수 있으랴아무렴, 택도 없지◇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
울 엄마 엉덩이는 컸다늦가을 양지 바른 비탈밭둑누렇게 익은 커다란 호박만 했다하지만, 읍내 장날 시장통 목 좋은 곳아무리 비좁은 틈도 비집고 들어가기어코 철푸덕, 떡하니자리잡았다◇신현복 시인은=1964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빈 항아리' 외 4편으로 '문학·선' 하반기호 신인상으로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는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찾는 것"이라고 하는 시인은 "시 쓰기는 추수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듯 사람 사이에, 자연 속에, 사물 틈에 흩어져 있는 사유의 이삭을 관심 갖고 살펴찾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