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마케팅·현장기술직 '베테랑' 귀하신 몸
고용부담 없이 프로젝트별 중단기 계약
전문가 매칭 플랫폼 의뢰 건수 크게 증가

탤런트뱅크 홈페이지(캡처)
탤런트뱅크 홈페이지(캡처)

[워라벨타임스] 독일계 플랜트 업체에 근무하던 A씨(57)는 최근 회사의 만류에도 사직서를 던졌다. 비교적 고액연봉의 안정된 직장이었지만 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해외출장이 잦은 업무에 지쳤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가 간절했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자신의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단기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일자리 사이사이 남는 시간은 오롯히 자신만을 위한 취미활동에 투자할 생각이다.

보안시설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B기업은 최근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특허까지 낸 새 제품의  인증을 완료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노리고 있지만 사내에는 감당할만한 전문가가 없었다. 고용직을 섭외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당장 여름에 개최 예정인 유럽 박람회를 대비해 6개월 정도 프로젝트만 수행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B기업은 고민끝에 '시니어전문가' 매칭 사이트에 구인을 의뢰했다. 그렇게 A씨와 B기업은 만났다.     

이처럼 전문 경력자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 등에 단기(경우에 따라 초~장기)고용 형태로 근무하는 형태를 '긱잡'이라고 한다.

긱(GIg)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밴드원들을 즉석 고용하던 방식에서 유래한 말로,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노동자와 임시로 계약하고 각자 노동력과 보수를 제공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도 여기에서 파생한 용어다.

근래에는 긱잡이라는 용어가 직장인들의 '잠깐 알바'나 'N잡'과 혼용돼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자리의 개념이 변하면서 넓은 의미의 'N잡'에 긱 이코노미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재즈뮤지션이 즉석 선발 되기 위해서는 연주실력이 필수인 것 처럼 기업 단기고용에도 '전문성'이 필수불가결한 기본 스펙이다. 때문에 상기 사례와 같은 '시니어 긱잡'은 '고스펙' 전문가의 '고액 단기일자리'(고스펙 긱잡)로 풀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엇보다 '알바'와 'N잡'은 한 직종 뿐 아니라 여러 직종을 병행해 수익을 증가하는 형태이고,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서민층 중장년의 경우 궁여지책으로 '배달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고스펙 긱잡은 한 직종에서 단기간에 '쏠쏠한'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2019년 2분기 글로벌 프리랜서 수입 성장률 (자료 : 페이오니아 코리아)
2019년 2분기 글로벌 프리랜서 수입 성장률 (자료 : 페이오니아 코리아)

포브스의 지난해 채용시장 분석에 따르면 긱이코노미 비중은 유럽은 20% 중반대, 미국은 43%에 달한다. 이같은 채용 경향은 국내에서도 점차 증가하는 추새다.

국내 긱 이코노미 매칭 플랫폼인 '탤런트뱅크'은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퇴직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2년 반만에 약 3천여명의 전문가를 확보했고, 800건의 계약을 성사 시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기업의 의뢰 건수도 크게 늘었다. 2018년 월평균 70건이던 의뢰가 지난해 1분기에만 월평균 100건을 넘어섰다.

탤런트뱅크에 따르면 이들 시니어전문가들은 모두 중소기업 임원 또는 대기업 팀장 이상, 해당 분야 15년 이상의 전문 경력자들로, 철저한 심층 인터뷰를 거친 검증된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에 비단 '화이트칼라' 직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직 포스코 생산기술자는 모 기업으로부터 월 8회 자문을 조건으로 500여만원의 보수를 받기로 한 사례도 있다.

긱 워커(긱잡 프리랜서) 증가 추이(자료=BCG/크몽)
긱 워커(긱잡 프리랜서) 증가 추이(자료=BCG/크몽)

탤런트뱅크는 "기업-전문가간 이러한 매칭 시스템은 시니어전문가들에게는 원하는 시간만큼의 일자리로 '워라밸'과 맞아 떨어지고, 기업은 필요한 기간 만큼만 업무를 맡길 수 있어 비용 부담을 덜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뱅크는 지난해 7월 모기업인 '휴넷'에서 분사해 도약을 준비중이다. 애초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탤런트뱅크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전통적인 채용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소비·유통·근로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신규채용이나 경력직 고용 대신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단기 섭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탤런트뱅크보다 전문가 벽을 낮춘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도 성장세를 이어가고있다. 이 분야 선발주자인 '크몽'의 최근 4년간 거래액은 10배가 증가했다.

크몽은 지난해 2018년 110억원 투자금을 유치한데 이어 올해 4월엔 프리랜서 채용 분야 기업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몸집을 키운 크몽은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탤런트뱅크와 같은 전문가 매칭 플랫폼인 '크몽 엔터프라이즈'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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