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돈 버는 이야기] 김정민 딥아틀리에 대표 "도자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험해 보는 것"

"도자기 공방은 작품 만드는 작가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체험해보는 곳
물레질에 빠져들다 보면 무념무상이라는 말처럼 근심 걱정 다 잊을 수 있어"

김영배 기자 승인 2022.05.26 08:03 | 최종 수정 2022.05.26 11:56 의견 0

[워라벨타임스]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면서 또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용해 돈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취돈이(취미와 재능으로 돈 버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습득한 기술을 토대로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기반의 지식정보화사회가 일상이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모습으로,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원데이클래스'다. 원데이클래스(One-day class)는 하루 3시간의 정도의 일정으로 2~5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개설되는 수업. 워라벨타임스가 취돈이들을 찾아 그 얘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김정민 딥아틀리에 대표는 도자기 공방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험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워라벨타임스

레트로(복고주의를 지향하는 유행이나 패션 스타일) 감성을 타고 2030 MZ세대들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려 카페거리를 따라 7~8분 정도 걸었더니 뚝도시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딥아틀리에'를 만날 수 있었다. 김정민(35) 대표가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이다.

"도자기 공방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체험해보는 곳이죠. 물레질을 하다 보면 빠져들거든요. 무념무상이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근심걱정 다 잊을 수 있고, 한 마디로 물레질의 가장 매력이라고 볼 수 있죠."

김 대표가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공방을 찾는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은 공방에서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일까?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가장 많아요. 그리고 남녀 커플로 오는 경우도 꽤 있고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도자기 공방을 보면 보통 핸드빌딩과 물레 두 가지예요. 저희가 운영하는 원데이클래스 수업은 물레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물레질을 하게 되면 흙도 많이 나오고 어쩔 수 없이 곳곳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공방이 싫어하는 편이예요. 그래도 저는 물레질을 고집하고 있는데, 도자기 체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물레질이기 때문이거든요. 저희 공방은 작품을 만들고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물레질을 하면서 도자기를 체험하고 느껴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김정민 딥아틀리에 대표가 도자기 물레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라벨타임스

물레는 도자기를 만들 때 흙을 빚거나 무늬를 넣는 데 사용하는 기구. 축의 아래와 위에 넓고 둥근 널빤지를 대어 만드는데 아래 판을 발로 돌리면 위 판도 함께 돌아 그 회전력을 이용하여 작업한다. 그런데 젊은 여성들은 왜 도자기에 관심이 많을까?

"저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왜 도자기 체험을 왔냐고 물어보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성들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를 보면 도자기 체험이 거의 들어가 있다는 거예요. 커플로 오는 경우에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도 싶어서 왔다고 하고. 그런데 물레질을 하다 되면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밖에 없거든요. 집중을 하다보면 무념무상이라는 말처럼 세상만사 다 잊는 거죠. 그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특히, 여성분들에게는 나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세대들은 독특한 것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자신이 만든 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아니면 자신이 만든 술잔으로 남편 또는 남자 친구가 소주 한 잔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요?

작업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준비물 없이 몸만 오면 된다고
만드는 작품은 컵이나 접시 등 작은 그릇 두개 큰 크릇 하나

도자기 체험을 위해 준비할 것은 없다고 한다. 그냥 시간을 내서 오기만 하면 된단다.

"시간표 등을 확인해서 미리 예약만 하고 시간에 맞춰 오시면 돼요. 비용이 5만원 남짓 하는데요. 재료비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거든요. 작업용 앞치마까지 모두 준비돼 있죠. 작업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요."

만드는 작품은 컵이나 접시, 밥그릇 등 작은 그릇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떤 용도로, 그리고 어떤 디자인을 할 지 작은 그릇 두개, 큰 것 하나 선택하면 돼요. 그리고 물레질을 하고 본인의 작품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후 굽거나 깎는 작업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방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보완작업을 거쳐 두 달 뒤 최종 완성작품이 탄생하게 되죠. 작품이 나왔다고 연락을 드리면 직접 찾아가시는 분들도 있고, 거리가 있는 분들은 배송을 해드리죠."

김정민 딥아틀리에 대표가 수강생들이 물레질을 통해 완성한 작품들을 굽기 위해 가마에 넣고 있다. ⓒ워라벨타임스

김 대표와 도자기와의 인연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의 공방이 있는 성수동에 정착할 때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창업경진대회가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입상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할 수 있게 됐죠. 선배하고 '아이세라믹월드'라는 상호로 찾아가는 도자기 교실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잘되지 않았어요. 하다 보니 함께 일을 한 선배와의 갈등도 있었고요. 옛말에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동업은 어려운 것이라고(웃음). 결국 1년여 만에 선배와는 헤어졌고, 3년 반 정도 지나니 창업센터에서도 쫒겨나다시피 나오게 됐죠.

그리고 나서 새롭게 공방 터전을 마련한 곳이 의정부.

"저희 집이 경기도 양주인데요, 고민을 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의정부에다 공방을 열게 됐죠 그리고 유치원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돌아다니며 도자기 교실을 진행했는데, 솔직히 돈은 안됐어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손을 벌리기도 했죠. 지금도 참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쉽지 않았습니다. 돈벌이에는 실패했지만 하다 보니 얻는 것도 있었습니다. 도자기 교실이라는 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고, 또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도자기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의 서비스를 원한다는 거죠."

"찾아가는 도자기 교실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전문작가처럼 작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는게 더 소중한 것"

원데이클래스를 접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라고 한다. 그리고 4년 전 쯤 취미 여가 플랫폼 솜씨당 작가로 등록하면서 수강생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수강생들이 공방이 너무 멀다는 거예요. 한 마디로 접근성 문제가 있었던 거죠. 고민을 하다가 의정부에서 마들역(노원구 상계동)으로 옮겼다가 다시 이곳 성수동까지 오게 된 것이죠. 성수동으로 온지 이제 3년이 됐네요."

구워서 나온 작품을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손질하고 있는 모습. ⓒ워라벨타임스

창업보육센터 입주를 기점으로 12년 정도가 흐른 지금, 월 매출이 1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있단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보조강사 2~3명을 써야 할 정도로 수강생이 많다.

"오해는 마세요. 매출이 1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지, 순이익이 그렇다는 것은 아녜요. 월세도 내야하고, 재료비도 있고, 이것저것 계산하다보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죠. 그나마 벌어들이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아 부모님 속을 썩였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지기는 했죠(웃음). 지금은 일이 많다보니 부모님이 공방에 나와 궂은일을 도와주시고 있어요. 아버지는 지난해 은퇴하셨거든요. "

일반인들에게 '도자기의 맛'을 알리고 있는 김 대표의 꿈은 무엇일까?

"거창한 것은 없어요. 그냥 지금 하는 것 열심히 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워라벨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5일 일하고 토요일 푹 쉬고, 일요일 하루쯤은 하고 싶은 것 즐기는 것이 워라벨 아닐까요? 일상의 무료함에서도 탈출할 수 있고요. 그래서 도자기를 알고 싶어 하고 물레질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복합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도자기 관련 규모 있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코엑스 같은 대형 전시장에서 동호인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원대한 꿈도 중요하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소박한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려고 합니다."

원데이클래스 수강생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들. ⓒ워라벨타임스

저작권자 ⓒ 워라벨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