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대 졸업 후 항해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서울로 상경
공방 전전하며 목공일 배우고 독립한 지 3년 차 젊은 사장

[워라벨타임스] 취미나 여가활동을 하면서 또는 가지고 있는 재능을 이용해 돈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취돈이(취미와 재능으로 돈 버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중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습득한 기술을 토대로 짭짤한 부수입을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 기반의 지식정보화사회가 일상이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모습으로,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원데이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One-day class)는 하루 3시간의 정도의 일정으로 2~5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개설되는 수업. 워라벨타임스가 취돈이들을 찾아 그 얘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공방에서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이일웅 비비우드스튜디오 대표. ⓒ워라벨타임스

3일 오후 3시가 막 지나갈 무렵, 서울 마포구 망원동. 미리 알려준 주소의 건물에 도착했더니 입구에서 소형발전기가 돌아가는 듯한 기계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였고, 누군가 나서 인사를 건넸다. 전화통화를 했던 이일웅(35) 비비우드스튜디오 공방 대표였다. 목공 공방인 만큼 나이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당초 생각과 달리 기자를 맞는 이 대표는 앳되보일 정도로 젊었다. 이 대표는 가벼운 인사를 하고 나서는 양해를 구한 뒤, 하던 작업 마무리에 들어갔다.

지하층에 마련된 작업장 톱밥 내음이 이전에 경험했던 목공소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나자 작업이 모두 끝이 났는지 기계소리가 멈췄고, 그제서야 짧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요즘 세대들에게 집처럼 큰 것을 갖지 못하지만 작지만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자신 만의 독특한 소품인 것 같고. 저도 목공이 즐거운 만큼, 공방을 찾아오는 분들과 함께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니 괜찮지 않나요?"

차가운 냉수 한 잔을 마시며 건세는 이 대표의 얘기와 함께 몇 가지를 질문을 건넸다.

-목공 관련 전공을 했거나 일을 했었나요?

"아닙니다. 해양대를 나왔고, 졸업 후에는 항해사 3년을 했어요. 그런데 일이 저하고 안맞는 거예요. 그래서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오게 됐죠."

-처음부터 목공을 한게 아니네요?

"그렇죠. 처음에는 카페나 바를 하고 싶었는데, 번번히 넘어지더라구요. 경쟁도 치열했고요. 그리고 나서 딴 일을 알아보다가 목공을 접하게 됐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4년차가 됐네요."

-목공일은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목공 공방에서 배웠죠. 세 곳을 다녔는데, 마지막에 만난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목공방이라도 스타일이 저마다 다르고 제한도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보통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거든요. 그런데 그 선생님은 제한이 없었어요. 그래서 1년 가까이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 곳에서 목공을 배우고, 그것을 토대로 독립을 해서 목공방을 시작한 거네요?

"그렇죠. 공방을 한 지 3년 차 들어갔네요."

수강생의 전기톱 작업을 지도해주고 있는 이일웅 대표. ⓒ워라벨타임스

-수입은 괜찮습니까?

"처음에는 힘들었죠. 월세 내면 남는 게 없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플랫폼(공방과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중개 장터)이었요. 사실 저 같이 공방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게 플랫폼 아니면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정도예요. 그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유튜브는 아직은 좀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일 접근하기 쉬운 게 인스타그램이었어요. 고객도 그 쪽(인스타그램)을 통해 좀 확보를 했죠. 그래도 제일 도움이 됐던 건 플랫폼이더라고요. 수수료 부담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홍보 등을 감안하면)가장 효율적이죠."

"자신만의 소품으로 소유감 느끼는 세대 많아져공방 찾는 고객 중에는 30대 초중반 여성이 많아"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매일 진행하나요?

"보통 금·토·일 해서 일주일에 사흘, 하루에 한 번 진행하고 있거든요. 시간은 보통 2시간 반 정도 소요돼요. 그리고 원데이 클래스와는 별개로 정규반도 운영해요. 정규반도 금·토·일 하루 2회씩 진행하고 있고요. 수입이 얼마나 돼냐고 물어봤었잖아요. 제 또래의 직장인들 수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공방에 많이 오시나요?

"30대 초중반 직장 여성분들이 의외로 많아요. 공방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제 스타일의 가구를 여성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수업하는 수강생들도 남자는 두 분이고 나머지는 여성분들이예요."

이일웅 대표가 수강생들에게 소품 디자인과 나무 절단작업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라벨타임스

-그 분들은 목공 기술을 배우러 오시는 분들인가요?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기술을 배운다기보다는 만들고 싶은 가구가 있어서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나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하는 거죠. 벽걸이선반이나 식기받침대, 트립커피홀더, 책꽃이 등인데, 일종의 소품이라고 할까요?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특별함이 있는 것 같고, 애정도 많이 쏟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나무 선택에서 디자인-가공-마감까지 직접 경험작업 과정에서 성취감 느끼고 소유감도 느끼는 듯"

-요즘 젊은 세대들의 특징인가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 만의 독특한 소품을 통해 소유감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도 집값이 많이 오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차피 내 집 장만을 하지 못할 바에야 현실을 즐기자는 거죠. 사실 요즘에는 내 것 갖기가 힘들잖아요. 집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일종의 대체만족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그 대안 중의 하나가 목공인 것 같고. 저기 보이는 것들이 수강생들이 만든 소품(미니 가구)들인데, 만든 가구는 온전히 내 것이잖아요. 나무 선택부터 디자인, 가공, 마감까지 전부 본인이 직접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고, 최종적으로 소유감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공방을 시작한 지 3년차라고 하셨는데요. 후회는 하지 않나요?

"너무 좋아요. 항해사 할 때는 억지로 한다는 기분이었거든요. 과거 얘기를 하기가 그렇기는 한데, 고향이 경기도 용인이예요. 대학을 가야 하는데 집이 어려웠고, 고민을 하다가 해양대로 정했죠. 아시다시피 해양대는 학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기숙사도 지원되고, 심지어 옷도 나와요. 졸업하고 배를 타면 바로 돈도 벌 수 있고.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다일이 저하고 안맞았던 거예요. 뭣 모르고 간거죠.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일을 해보니 목공이 저에게 맞고 재미있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교감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하나씩 만드는게 너무 좋거든요. 다만, 공방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이 분야도 경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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