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배소 제한하는 개정안 발의
당론으로 결정한 정의당에 더불어민주당도 민생법안 채택
경영계는 "불법 파업 면죄부 주면 재산권 침해될 것" 반발

[워라벨타임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쟁점 법안으로 떠올랐다.

정의당이 당론으로 관련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어,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안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 46명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3명 등 56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8일 국회 등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노동자·노동쟁의 관련 2조와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3조 개정이 골자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정의당·민주당 의원 56명이 공동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보면, 2조에서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에 관한 것에 한정돼있던 '노동쟁의'에 정리해고를 포함시키는 등 범위를 확대했다.

3조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의 구체적으로 정했다. 기존에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나 노조의 쟁의행위로 손해 입은 경우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경우에는 개별 근로자에게 손배청구를 할 수 없게 했으며, 손해배상액도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가 지난달 대표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발의된 6건의 법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22대 민생입법으로 채택,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불법 쟁의행위도 손실책임 제한…노동계 vs 경영계 대립

노란봉투법은 폭력 또는 파괴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불법적인 쟁의 행위에 대해서도 손실 책임을 묻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폭력·파괴 행위라도 노동조합이 계획했다면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이 제한되고, 불법 파업이나 불법 점거 등 사실상 노조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기업들이 파업 노동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소·가압류를 악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재계는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였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의사를 분명이 했다.

손 회장은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은 법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불법행위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인 사용자에게만 피해를 감내하도록 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과 같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부여하는 법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7월 8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조선하청노동자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 모습. 출처:정의당 홈페이지

◇'노란봉투법'은 쌍용자 손해배상 판결 후 4만7000원 노란봉투 전해지며 유래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이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됐다. 이후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4만7000원을 넣은 봉투를 보내오는 독자들이 늘기 시작했고, 현행법상 언론사는 일정액이 넘는 모금을 주관할 수 없어 '아름다운재단'이 모금을 맡게 됐다. 그리고 모금이 시작된 지 16일 만에 1차 목표액인 4억7000만원이 달성됐고, 2월 26일에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출범했다. 이후 모금 111일 만에 총 4만7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최종 목표액인 14억7000만원이 달성됐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운동으로 이어졌고,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으나,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연이어 폐기됐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노란봉투법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에 본사를 점거해 농성했던 화물연대 소속 하이트진로 노조원들에게 사측이 총 27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도 관련 법 개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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