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0시간 미만 일해 업무 관련성 기준 미달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거절했지만 법원 뒤집어
"특성상 수시로 업무…직접 관련 없어도 인정"

서울행정법원은 숨진 근로자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미치는 못하는 주 32시간을 근무하다 뇌 질환으로 숨진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거절했지만 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22일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근로자 A씨의 배우자와 자녀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한 외국계 금융센터 지점에서 금융상품 매매와 상장법인 고객 관리 등 자산관리 영업을 담당하던 40대 A씨는 2020년 10월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느껴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진료 결과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뇌출혈이 발견돼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서 일주일 만에 숨졌습니다.

A씨의 가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 직전 업무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업무와 뇌 질환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관련 고시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뇌 질환이 발병한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있고, 60시간을 넘으면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공단 측은 A씨가 병원에 입원한 당일 전날에 쉬었고, 입원 전 1·4·12주 평균 업무시간이 업무 재해 관련성 인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점, A씨의 흡연 이력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실제 A씨가 입원 전 일주일간 일한 시간은 평균 32시간4분, 4주 평균 30시간12분, 12주 평균 32시간12분으로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질병의 과로 및 스트레스 인정 기준에 따르면, 발병 1주일 이내 업무량·시간이 발병 전 12주 간(발병 전 1주 제외) 평균보다 30% 이상 많아야 합니다.

법원 감정의 역시 A씨 사인이 '지주막하 뇌출혈'에 따른 패혈증으로, 발병 원인이 흡연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맡은 고객관리 업무 특성상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시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봤습니다. 공단 측이 산정한 근로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2020년 1~6월 실적 부진으로 1200원~1500원 정도 성과급을 받았지만 같은 7월부터 거래량 증가로 7월 164만원, 8월 282만원, 9월 458만원, 10월 399만원을 받은 사실 등을 근거로 업무량 증가를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흡연을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 부분에 대해서도 "질병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과 겹쳐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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