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경력·나이 같아도 제조업이 서비스보다 54% 더 받아
고임금 상위5는 전자부품·연구개발·금융·전문서비스업 등
저임금 5개 산업은 사회복지·교육·개인서비스·음식주점업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산업 간 임금격차 확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격차가 같은 산업 내에서는 줄어들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산업 간에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조건의 근로자라도 종사하는 산업에 따른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격차가 같은 산업 내에서는 줄어들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산업 간에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 개인 역량 못지 않게 어떤 분야의 산업에서 직장을 구하느냐가 고임금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를 가르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학력·경력·나이 등 조건이 모두 같은 근로자가 전자부품 제조업에서 일한다고 할 때 받는 임금이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일할 때보다 54% 더받는다는 것이다. 약 10년 전에는 임금이 40% 많았으니 최근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산업 간 임금격차 확대 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를 진행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과 이종하 한국은행 조사역은 2009~2021년 고용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간 임금 불평등(분산)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임금 불평등은 금융위기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산업 내 분산이 줄었음에도 산업 간 분산이 확대된 데 기인했다.

한국은행 제공

특히 산업 간 분산 증가는 임금 분포 양 끝점에 있는 일부 산업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 중분류 72개 중 양 극단 5개 산업 즉, 총 10개 산업 사이 임금 격차 확대가 전체 양극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임금 분산 증가에 기여한 정도가 가장 큰 10개 산업 중 고임금 5개 산업은 △전자부품 제조업 △연구개발업 △금융보험업 △금융업 △전문서비스업(기여율 순)이고, 저임금 5개 산업은 △사회복지 서비스업 △기타 개인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음식주점업 △사업지원 서비스업이다.

산업 임금 프리미엄을 보면 지난 10년간 고임금 산업의 임금 프리미엄은 늘고 저임금 산업은 감소했다.

임금 프리미엄이란 성·경력·학력 등 개인적 특성이 모두 같다는 가정 아래 어느 산업에 속했느냐에 따라 받는 임금 상승분을 뜻한다.

고임금 산업에서는 연구개발업의 임금 프리미엄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농림어업 대비 +17%포인트)했으며 전자부품 제조업(+9)과 금융업(+8)도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조건의 근로자가 전자부품업에서 일하면 농림어업에서 일하는 경우에 비해 2009~2012년에는 27%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2018~2021년에는 36%(+9%p) 고임금을 받았다는 뜻이 된다.

저임금 프리미엄은 기타 개인 서비스업에서 크게 하락(-14) 전환했으며 사회복지(-6)와 교육서비스(-4)도 줄어들었다.

고임금 근로자들은 고임금 산업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은 저임금 산업으로 몰리는 근로자 구성 변화도 임극 격차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근로자 구성 변화는 기업의 조직구성 행태 변화와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기업이 핵심 업무 위주로 동질적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여타 업무에 대해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진단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산업 간 근로자 선별과 단절이 심화되면 산업 간 임금 격차가 장기적으로 더 확대되고 산업 간 근로자 이동도 제약될 수 있다"며 "기술과 학력 미스매치 등 산업 간 노동 이동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산업 간 인적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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