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인 11% 원치 않는 구애 받은 경험 있다"
구애 갑질 방지 방안으로 '사내 연애 금지 규칙' 제정 필요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상사 등으로부터 '원치 않는 구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직장인들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워라벨타임스] <사례1> 1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가 불쾌한 행동을 하며 선 넘는 요구를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컵에 동의 없이 입을 댄다거나 회식이 끝나고 귀가하면 도착 문자를 보내라고 강요합니다. 다른 선배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면 질투하거나, 장난처럼 다른 사람과 연애하지 말고 자기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2022년 1월, 이메일).

<사례2>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가 주말에 연락하고, 단 둘이 회식하기를 요구합니다.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돌려 말했더니 "나랑 따로 보면 큰 일 나냐?"며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이후 제가 연락을 받지 않자, 업무 외 시간에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은 업무 태도 불량이라고 하고, 회의 시간에 자기 말을 자른다고 지적합니다.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2023년 2월, 이메일).

<사례3> 신입직원입니다. 같은 부서의 상사가 술만 마시면 "너 같이 생긴 애는 노래방 가서도 만날 수 있다, 너 나 좋아하냐?"는 말을 하고, 제가 자기를 꼬셨다는 헛소리를 합니다. 계속 일을 해야 하기에 웃으면서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거나 장단을 맞춰주며 티를 내지 않았는데, 참는 제가 만만해 보였는지 몸을 만지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퇴근 후 전화해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별 대꾸를 안 했더니 "니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그만두려고 합니다(2022년 11월, 이메일).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1%가 직장 내에서 원치 않는 상대방에게 구액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직장갑질119 제공

원치 않는 구애는 남성(8.1%)보단 여성(14.9%), 정규직(9.2%)보다는 비정규직(13.8%)이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가 발생하는 경우는 직장 내 위계 관계에서 나타난다"며 이를 '구애 갑질'로 봤다.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직장 젠더 폭력 신고센터'에 지난해 9월 1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접수된 제보 32건 중에서도 강압적 구애가 8건(25.0%)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또 올해 1월 직장갑질119에 신고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는 138건이었는데, 이 중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관련된 상담이 7.2%(10건)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제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구애 갑질의 패턴은 우위에 위치한 상사가 원하지 않는 구애를 해 거절하면, 확인되지 않은 루머 생산·업무적인 괴롭힘 등 방식으로 보복해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구애 갑질 행위자가 대표 또는 그 친인척일 경우,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상사의 구애 갑질을 거부하거나 피하면 업무 환경에도 지대한 악영향이 있다"며 "피해자는 직장생활과 동료 관계를 염려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다가 구애 갑질이 계속되면 저항하는데, 이 때 행위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업무적 혹은 인사상 불이익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하게 되고, 견디지 못한 피해자는 해결보다 퇴사하는 쪽을 선택한다"고 지저했다.

직장갑질119 제공

이에 따라 직장갑질119는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회사 취업 규칙에 '상사-후임 간 사내 연애 금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설문 조사에서도 79.8%가 상사의 지위를 이용해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도 72%가 동의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에서 우위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급자와 직속 후임 간의 사내 연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직장인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며 "신당역 살인사건에서 보듯 원치 않는 구애는 스토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용자는 회사 내에서 구애 갑질이 벌어지는지 조사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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