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8명으로 10년 연속 OECD 꼴찌…'임신·육아갑질' 여전
출산휴가 자유롭게 못써 36%…여성 45%, 비정규 54%, 5인미만 60%
육아휴직 자유롭게 못써 43%…여성 50%, 비정규 56%, 5인미만 67%
"출산·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회사의 부당 처우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워라벨타임스] <사례1>"임신 7주차입니다. 상사에게 임신 사실을 말씀드리고 몸이 너무 안 좋아 단축근무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기분이 나쁘다고 했고, 대표는 제 편의를 봐주는 것처럼 몸이 힘들면 그만두고 출산하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제 뒤에서 벌써 뽑을 직원 리스트를 받고 있구요. 제가 임신을 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받는 걸 보장받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임신을 알고 제 업무 능력을 갑자기 이야기하면서 저를 그만두게 하면 전 그냥 그만둬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2023년 2월)."

<사례2>"3년 단위로 재계약하고 8년차 근무 중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임신을 계획하고 있어서 계약 시점에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휴가 중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후 다니고 있고, 유산 경험이 있어서 임신 후 육아휴직을 당겨서 사용하려고 하는데요. 만약 계약 시점 제가 육아휴직 중일 경우 계약기간만료를 통보할 수 있나요? 이전에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해 해고를 시도했다가 괴롭힘으로 인정돼 걱정됩니다. 나라에서 하는 사업에 팀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럼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에 사용자와 협의가 필요한 건가요? 가해자가 사업주라서 이 부분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대로 육아휴직 쓰면 또 해고를 할 것 같아서요(2023년 2월, 카카오톡)."

<사례3>"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요청해서 신청서까지 작성했습니다. 신청서 제출한 다음주 아기가 아파 결근했는데, 최근 3개월 동안 아기가 아파 가정보육하거나 교통사고로 결근했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결근 관련 경고조치 없었고 출산휴가 11일 정도 남았을 때 결근이 잦았다며 피해봤다는 식의 회사 입장으로 구두상 해고통지를 받았습니다. 계속 출근 안 해도 된다는데 저는 출근하겠다 했고 회사에서는 임산부인 저를 타지역으로 인사 발령했고, 지금 출근 중입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관련해서 승인을 해주는 건지는 아직 답을 듣진 못했는데, 출산휴가 시작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언제라도 아기를 출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2023년 2월, 카카오톡)."

<사례4>"6개월 출산휴가 다녀온 지 5개월 됐는데, 회사 어렵다고 나가라고 하네요. 이래도 되는 걸까요? 내일까지 다 반납하고 나가라고 하는데 그냥 싫다고 하면 될까요? 그래도 그냥 쫒아내면 어쩌죠? 선택권은 없다고 나가래요. 한순간에 자존감 바닥 치고, 점심 때 밖에 나가는 데도 괜히 어깨가 움추려지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집에 애들보며 웃어주면서도 속은 썩어 들어가고(2023년 1월)."

<사례5>"현장 근무가 위주인 사업장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2월 임신으로 현장보다는 내근직 위주로 일을 하다가 1월부터는 아예 내근직으로 빠졌습니다. 몸이 아파 4일 병가로 쉬는 중 속해 있던 팀에서 빠지라는 통보를 받았고, 오늘 회사 측에서는 임신을 한 상태라 다른 팀 배정도 어렵고 회사 재정도 좋지 않아 계속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며 잘 생각을 하고 답변을 달라고 했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저는 출산예정 2달 전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2023년 1월, 카카오톡)."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 35.9%가 산전후 휴가(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2명 중 1명꼴(44.7%)이었고, 비정규직(54.3%)과 5인미만(59.9%), 월 150만원 미만(65.3%) 직장인은 절반이 넘었다. 육아휴직은 더 어려워 43.1%가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여성은 50.2%, 비정규직은 56.0%였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이른바, '임신·육아갑질' 사례들이다. 이처럼 임신과 출산 등의 문제로 직장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는 사례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때문에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터(직장)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린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2013년부터 10년 연속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율 세계신기록 대한민국,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직장이 아이 낳고 기르는 일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장갑질119 제공

2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9%가 산전후 휴가(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2명 중 1명꼴(44.7%)이었고, 비정규직(54.3%)과 5인미만(59.9%), 월 150만원 미만(65.3%) 직장인은 절반이 넘었다.

육아휴직 사용은 더욱 어렵다. 직장인 43.1%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여성은 50.2%, 비정규직은 56.0%였다. 특히 5인 미만(66.7%)과 월 150만원 미만(62.9%)은 10명 중 6명이 이상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 제공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제74조에 출산(유·사산)전후휴가 및 임신·출산기의 보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출산전후휴가는 노동자의 신청이 필요한 육아휴직과 달리 출산한 노동자에게 반드시 주어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출산전후휴가 중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현실은 출산전후휴가를 노동자가 요청해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미부여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 등 불리한 처우 △육아휴직 종료 이후 복귀 거부 등은 모두 범죄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는 제보가 많다"며 "그런데도 고용노동부의 감독과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불이익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게다가 실제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때문에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면서 사용자는 마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유를 만들고,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부당해고인지 노동위원회 판단을 받아오라고 하며 조사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또 "부당해고로 인정되더라도 판정문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때문에 해고된 것이라는 문구가 없다면 증거가 없다며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 절차와 별개로 노동청은 판단을 미루지 말고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 조사하고, 그 자료를 노동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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