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소득 60% 미만 저소득층 10명 중 7명 이상 만성질환 앓아
외래 진료·입원 횟수 일반인 보다 매 많지만 보험가입은 절반

[워라벨타임스] "경제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의식주를 비롯한 인간의 삶의 영역도 '있고, 없고'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차이는 한 집단이나 사회, 나아가 국가를 단위로 한 갈등과 분열의 원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논란이 됐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예를 들면 일반 가구에 비해 경제력이 다소 떨어지는 저소득층은 먹고·입고·자는 의식주 문제 뿐만 아니라 건강이나 여가, 삶의 질에 대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소득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나 병원을 찾는 횟수가 배가량 많지만, 보험 가입률은 절반 수준으로 적어 질병이나 사고를 만났을 때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우울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노출될 우려도 커 극단선책을 생각하는 비율도 훨씬 높다.

때문에 우리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을 토대로 사안별로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저소득층 사람들이 일반 가구에 만성질환을 앓거나 병원을 찾는 횟수가 배 가량 많지만 보험 가입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질병이나 사고를 만났을 때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 같은 정신적인 문제에 노출될 우려도 커 극단선책을 생각하는 비율이 일반 가구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았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검강검진센터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워라벨타임스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원의 42.33%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소득집단별로 보면 일반 가구 36.82%, 저소득층(중위소득 60% 미만)은 70.77%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전체 가구원의 만성질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

저소득층은 10명 중 7명 꼴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미이고, 일반 가구에 비해서는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6개월 이상 투병·투약을 했다는 비중은 일반 가구의 경우 10명 중 3명(29.59%)이었지만, 저소득층은 배를 웃도는 10명 중 6명이 넘었다(66.46%).

반면,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저소득층이 39.06%로, 비저소득층(79.0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 1년 간을 기준으로 건강검진 횟수는 가구원 1인당 평균 0.49회였다. 저소득 가구(0.41회)가 일반 가구(0.51회)보다 다소 낮았다.

하지만 외래진료와 입원 횟수는 저소득층이 일반 가구의 갑절 수준이다. 외래진료 횟수는 저소득층 21.01회, 일반 10.45회였고, 평균 입원 횟수는 저소득층 0.18회, 일반 가구 0.09회였다.

저소득층이 질병에 더 많이 노출돼 있지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대비하는 경우는 일반 가구에 비해 절반 수준의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저소득층 49.22%, 일반 가구 92.38%였고, 보험 가입 건수도 저소득층 평균 2.55건으로 일반(5.34건)보다 적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저소득 가구의 경우 질병이나 사고와 같은 위험에 노출됐을 때 가구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제도적 완충 장치가 매우 미흡함을 보여준다"며 "특히, 일반 가구보다 저소득 가구 구성원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외래진료 횟수가 많으며 입원일 수도 길게 분석된 결과를 고려하면 그 위험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자살 생각(기존 가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

◇우울감 높고 자살 생각 경험 많아…생활 행복·만족도는 낮아

그러다보니 저소득층은 정신적인 문제에도 더 취약했고 자살 우려도 더 컸다. 조사일 직전 1주일간의 우울 정도를 11개 문항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 정도는 저소득층이 9.99점(60점 만점)으로 일반 가구(4.63점) 배 이상이었다.

또 살아 오면서 한 번이라도 자살을 한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는 답이 저소득층(6.63%)이 일반 가구(3.03%)보다 배 이상 높았다. 지난 한해 한 번이라도 자살생각을 한 적 있다는 응답 역시 저소득층(3.42%) 일반 가구(1.17%)보다 훨씬 높았다.

10점 만점으로 자신의 행복도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에서도 저소득층(5.7점)은 일반 가구(6.94점)보다 낮았고,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 만족 역시저소득층(41.1%) 일반 가구(71.3%)보다 한참 낮았다.

*한국복지패널조사는 2006년 시작된 전국 단위 대규모 설문 조사다. 17차인 2022년 조사는 3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신규 추가 패널 조사는 본조사 종료 후 바로 7월 5일부터 8월 17일까지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새로 표본에 들어온 2012가구를 포함한 8169가구다. 한국복지패널은 국가승인 통계이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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